※2023년~2024년에 블로거에 업로드했던 포스팅을 옮겨왔습니다.
세레나 가디건을 완성하고 나서 꽃숄을 뜨면서 다음 작품은 뭘 뜰지 고민이 많았어요. 꽤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문어발인 꽃숄을 뜨면서 말이죠. 그러다가 수민님이 새로 발매하신 튈르리 폴로(Tuileries polo)가 너무 예쁜거예요. 사실 올해는 여름옷을 뜨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왜냐하면 매번 여름이 다 끝날 무렵에나 옷을 완성해서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 넣어야했거든요. 하지만 튈르리 폴로는 유행을 타지 않을 디자인이면서 고슬고슬한 실로 뜨면 여름에 단정하기 입기 너무너무 좋아보였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은 튈르리 폴로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도안을 샀어요.
어떤 실로 뜰까 고민하다가 비바진 콘사에서 너무나 예쁜 코튼실크(70% 코튼, 30% 실크) 실을 엄청난 특가로 판매하는걸 발견했어요. 좀 오래된 실이라서 싼 것 같긴한데 가격이 2만5천원 정도인데 성분도 좋잖아요. 여름옷이라 막 빨기 좋은 실을 살 계획이었는데 계획은 항상 틀어지기 마련이죠. 그렇게 면실크 실을 사버렸습니다.
너무너무 부드럽고 차름한 실이고 색상도 예쁜데 안타깝게도 튈르리 폴로에 어울리지 않았어요. 게이지는 거의 비슷하지만 바늘비우기 코가 너무 커져서 시스루 옷이 될 것 같잖아요. 바늘 사이즈를 조정해봤지만 구멍크기가 너무 커서 안되겠다 싶었어요.
파인아트얀에서 에코코튼실을 샘플로 주문해서 스와치를 더 떠봤는데 역시나 바늘비우기 구멍 크기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좋지 않았고 스와치만 계속 뜨다보니 재미가 없어졌지 뭐예요.
그러다가 이번에 아이린 작가님의 라이라 티가 발매된 것을 봤어요. 이 작품은 제가 이번에 사뒀던 코튼실크 실로 뜨면 너무 예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죠. 운명이란 이런건가봐요. 게이지가 22.5코 31단(3.5mm 바늘)으로 원작 게이지인 24코 30단과는 차이가 있지만, 계산해보니까 3사이즈로 뜨면 가슴둘레가 딱 100cm로 나올 것 같더라구요. 계산이 맞는지는 완성한 다음에 다시 재봐야겠어요. 2024년 6월 29일에 코를 잡아 Cast on 했습니다. 목단부터 떠야해서 3.25mm 치아오구 바늘로 코를 잡았는데 콧수가 적아서 도저히 뜰 수가 없었어요.
2024년 6월 30일
3.25mm는 포기하고 3mm 징 장갑바늘로 코를 옮겼습니다. 장갑바늘을 사둔지 1년쯤 된 것 같은데 실제로 사용해볼 생각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실이 부드러운데 금속바늘이라서 코가 다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아주 잘 떠졌습니다. 잘 뜨려면 연습이 필요할 것 같지만 앞으로도 장갑바늘을 자주 애용할 것 같아요. 그래도 마지막 한 두 코는 빠질 수 있으니 바늘마개는 좀 써야겠어요. 목단을 뜨는데 고무단이 아니라서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겹단인데 어떻게 모양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2024년 7월 1일
목 겹단을 만들고 있어요. 겹단을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처음하는 것처럼 영상을 확인해야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2024년 7월 8일
갑자기 많은 진전이 있었죠? 정말 시간 날 때마다 정신없이 떴어요. 탑다운은 왠지 소매분리까지 끝내야 마음이 안정되잖아요.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은 다 제쳐두고 뜨개만 했어요. 저먼숏로우로 뒷목을 세우고 어깨를 뜨고 꼬아뜨기로 소매를 만들었어요. 이 모든 과정이 편물 위에서 매끄럽게 이어지는게 정말 예쁘더라구요.
2024년 7월 12일
드디어 소매분리를 완료했습니다. 이제 다 뜬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죠. 목단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코가 조금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꽤 많은 코를 풀어서 고쳐야했는데 찰랑거리는 실이라서 그런지 좀 티가 나네요. 세탁을 하고 나면 좀 나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이래서 여름 뜨개가 쉽지 않아요...!
2024년 7월 16일
주말에 부모님댁에 다녀오면서 편물을 챙겨갔는데 뜨개는 쬐끔 밖에 못하고 실만 늘어져버렸어요. 연사되지 않은 콘사란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요. 울실은 뜨다보면 다시 잘 합쳐졌던 것 같은데 우리 찰랑이 면실크실은 점점 더 엉켜가기만 했어요.
2024년 7월 17일
더이상 손쓸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실을 자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실을 끊지 않아도 되는게 콘사의 장점인데 내 손으로 잘라야하다니 마음이 복잡해지죠. 하지만 저 꼴을 더 보는게 너무 고통스러우니까요.
잘라서 실을 다시 연결해서 뜨고 있어요. 실을 코 사이에 숨겨보려고 하는데 깔끔하게 숨겨지질 않네요. 겨드랑이 쪽까지 숨겨 올라가서 소매 뜰 때 같이 묻어버릴 걸 그랬어요. 이제는 실 길이를 잘라버려서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쳐다보지 말아야죠. 한동안은 열심히 무메 구간을 떠내려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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