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유입니다. 대바늘 옷 뜨기를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뜨개에 관심이 있었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이었는데 엄마의 뜨개바늘과 모헤어 한 볼을 가지고 코를 잡았다가, 떴다가 풀었다가 하곤 했어요. 어떻게 하는 건지 잘 이해는 못했지만 흉내는 내고 놀았다는 의미죠. 중학생이 되어서야 특별활동을 하면서 목도리 같은 걸 떠볼 수 있었어요. 계속 잊고 지내다가 대바늘 옷 뜨기에 관심이 생긴 후에는 쭉 뜨개를 하고 있답니다.
제가 나름대로 미니멀리스트라서 바늘을 많이 사본건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바늘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바늘을 추천해 보겠습니다. 이제 뜨개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떤 기준으로 바늘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 싶으시다면 한 번 읽어봐 주세요.
대바늘 뜨개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쉽게 접하는게 이 대나무 바늘입니다. 나무 줄바늘이나 막바늘이라고도 하죠. 하나에 500원 정도라서 '나도 뜨개 한 번 시작해볼까?' 하는 뜨개 초보에게 부담 없이 사라고 권할 수 있는 바늘입니다. 화려한 수입바늘에 눈이 돌아갈 수 있지만 나무 줄바늘도 기능에 있어서 빠지는 데가 없습니다. 뜨개 밴드 같은 곳에 가보면 뜨개 고수님들이 이 막바늘로 옷을 뜨고 계시더라구요. 사용하다 보면 바늘에서 줄이 빠질 수도 있기도 한데 원래 모든 바늘은 소모품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큰맘먹고 구입한 조립식 바늘 세트예요. 니트프로 진저 디럭스 조립식 대바늘 세트입니다. 방금 전까지 500원짜리 줄바늘을 추천하다가 갑자기 16만 원짜리 조립식 바늘 세트를 보여주는 것은 경우가 아닐 수 있겠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옷 뜨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뜨개를 지속적으로 하리라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마련했어요. 옷은 구조상 조립식 바늘을 사용하는 게 편리하긴 하거든요.
이 세트에는 3.5mm부터 12.0mm까지 바늘 굵기가 다양해서 왠만한 작품은 다 뜰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3mm 바늘만 따로 단품으로 추가 구매했어요. 저렴하진 않지만 가격대비 구성이 알차다고 봅니다. 처음 사용해 봤을 때 나무바늘이 금속처럼 매끄러워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니트프로 진저는 케이블이 자기주장 강하기로 유명해요. 저는 좀 그런가 보다 하고 사는 편이라서 신경 써본 적이 없는데 싫어하는 분들도 꽤 많더라고요. 니트프로의 최대 장점은 호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마인드풀이나 랜턴문과도 케이블이 호환되기 때문에 케이블은 단점이 되기 어려워요.
니트프로 데님 숏팁세트입니다. 소매 뜨기, 특히 소매 고무단을 뜰 때 사용하면 좋아요. 줄바늘로 매직루프를 하거나 장갑바늘로 원통 뜨기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뜨는 도중에 손이 한 번씩 더 가기 때문에 흐름이 끊긴달까요. 소매를 무념무상으로 뜨고 싶다면 숏팁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손에 피로가 크다는 점이에요. 바늘이 짧아서 잡고 있는 손에 안정감이 떨어지다 보니 손이 아파요. 역시나 니트프로 제품이기 때문에 위의 진저세트와 케이블이 호환돼서 편리하게 잘 썼어요.
나무바늘을 쓰다보니 이제 금속바늘은 어떨까 궁금해지는 시기가 오더군요. 니트프로 징과 치아오구 레드레이스 줄바늘을 사서 사용해 봤어요. 조립식 바늘과 케이블을 따로따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줄바늘도 구입할 수 있어요. 무슨 바늘이든 세트를 구입하기 전에, 사용해보고 싶은 바늘을 단품으로 구입해서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뜨는 느낌에서 취향이 갈릴 수 있거든요. 저는 금속바늘을 사용할 때 특유의 마찰음이 거슬리더라고요. 적응하고 나서는 실이 부드럽게 넘어가서 좋아졌어요. 약간 무의식적으로 바늘이 서로 닿지 않게 뜨고 있더라고요. 금속 바늘을 쓰면 헐렁손이 되는 사람인 거죠.
꼭 필요한건 아니었지만 추석 세일 때 괜히 아쉬워서 하나 샀습니다. 니트프로 징 장갑바늘이에요.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지름이었죠. 그래도 원통뜨기 할 때 한 번씩 써보니까 괜찮더라구요. 단지 아쉬운 건 금속 바늘이라서 그런지 코가 미끄러져 빠질 때가 있었요. 장갑바늘도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자!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잠깐씩 사용합니다.
부드러운 케이블과 매끄러운 바늘-케이블 결합으로 인기있는 치아오구 트위스트입니다. 바늘 끝이 뾰족한 편이라서 무늬 있는 옷을 뜰 때 찔러넣기 좋아요. 대신 아주 비쌉니다. 저는 그냥 스몰세트만 하나 샀어요. 작은 사이즈의 바늘이 들어있는 스몰세트와 큰 바늘이 들어있는 라지세트가 따로 있습니다. 가뜩이나 가격이 제법 나가는데 서로 케이블 호환이 안되요. 전부 다 들어있는 컴플릿 세트도 있긴 한데...좋긴 한데...이렇게 까지...?싶더라구요.
이건 물려받은 바늘인데 그냥 한 번 올려봅니다. 예전에 아버님이 일본에서 사오신 크로바 막대바늘인데 일본식 대바늘 호수가 써있어요. 장갑바늘과 아프간 바늘도 들어있습니다. 털실타래에 나오는 도안은 일본식 호수고 주로 바텀업이라서 한 번 쯤 이 바늘로 떠보고 싶더라구요. 막대바늘은 왠지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로망이 있잖아요.
그런데 옷을 뜨려니까 콧수가 워낙 많아서 바늘 하나에 다 들어가기 버겁더라구요. 무늬 떠야하는데 뜨면서 무늬는 확인할 수 있는 걸까. 아무튼 결국 포기하고 줄바늘로 돌아갔습니다. 목도리나 좀 작은 작품을 뜰 때 다시 시도해봐야겠습니다.
긴 이야기였는데 대바늘을 어떻게 골라서 사야 할지 정리를 하자면,
- 뜨개 바늘은 소모품이므로 처음에는 저렴한 바늘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 조립식 바늘은 옷뜨기에 편리하지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트로 구매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만 사서 사용해봅니다.
- 대바늘 브랜드와 소재에 따라서 취향이 갈릴 수 있으니 단품을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바늘을 찾아봅니다.
- 뜨개계는 추석연휴 세일과 설 연휴 세일이 있습니다. 쌀쌀해지는 추석즈음 뜨개를 시작해서 설에 필요한 장비를 더 구입해도 좋겠지요.
정리하고 보니 어쩐지 전부 비용에 대한 내용인 것 같네요. 취미생활에서 비용을 늘려가는건 그 취미가 내 취향에 맞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바늘 자체는 부차적인 요소가 아닐까 해요. 가장 중요한 건 뜨개에 대한 열정...? 뜨고 말겠다는 의지...? 이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위에 뜨개하라고 하면 경기를 일으키는 지인들이 많은데, 대부분 '나는 그런 거(도안) 이해 못해'나 '가만히 앉아서 반복적인거 하기 싫어'를 이유로 들더라구요. 요즘 도안은 정말 정말 친절해서 이해하기 쉽고요, 뜨개가 생각보다 그렇게 단순 반복은 아니거든요. 이렇게 재밌는걸 이해 못해주다니 씁쓸합니다.
우리 같이 뜨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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